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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촛불의 불쏘시개가 되다


조선, 고요한 아침.

그러나 조선일보를 펼쳐드는 아침은 고요하려야 고요할 수가 없다.

어제와 오늘은 이른바 '촛불 연재' 때문에 그러하다.

조선일보를 신문이라고 찰떡 같이 믿는 분들은 '어떻게 이럴 수가' 했을 것이고
조선일보를 찌라시라고 철썩 같이 믿는 분들도 '어떻게 이럴 수가' 했을 것이다.

조선의 '촛불 연재'는 2년 전 촛불의 주역이라 할만한 '그때 그 사람들' 상당수가
반성, 후회 혹은 변심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때 그 사람들'을 직접 인터뷰 해서 쓴 기사들이란다.

방향타가 확실한 보도의 경우 입맛에 맞는 취재원을 고르면 되기 때문에
언론사가 인터뷰 내용을 원천적으로 조작하는 무리수를 둘 필요는 사실 없다.

2년의 세월이 흘러, 흔들리던 정권은 공고해지고
드세던 촛불은 위태로이 흔들리는 지경이 되었으니,
반성, 후회 혹은 변심한 사람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욕심이 과했던가?

조선일보는 서울대 교수 우희종, 촛불소녀 한채민, 전 농림부장관 김성훈 등
정말로 반성, 후회 혹은 변심했다면 파장이 클만한 중심 인물들을 골랐다.

조선일보에 등장한 과거의 촛불들은
어두운 과거를 후회하거나 발뺌하거나 해명하기에 급급한 이들로 비춰진다.

인터뷰를 거부한 이에 대해서는 '과학계가 결론 내렸다'는 한마디로
그의 주장이 틀렸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들은 조선일보의 보도가 나오자마자 펄쩍 뛰고 있다.

조선일보를 향한 이들의 항변에는
거짓말, 짜깁기, 소설, 경악, 쓰레기 등의 단어가 등장한다.

조선일보 보도에 등장한 이들과 항변하는 이들,
같은 사람인데 입장은 완벽하게 둘이다.

둘 중 하나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대부분 당사자의 주장으로 시비가 명확히 가려질 테지만,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에 대한 기사는 이른바 '쟁이' 입장에서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복잡함이 있어 따로 의견을 밝힌다.


조선일보는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의 2008년 5월 시민사회신문 기고문을 거론하며
김 전 장관이 기고문 내용 중 중요 부분을 수정해 놓았다며
마치 오류를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보도했다.

조선일보가 문제 삼은 부분은 다음 대목이다.

'치매로 죽은 환자의 사후 뇌부검 결과 5-13%가 인간광우병으로 드러났다.
이 조사 결과대로라면 이미 확인된 인간 광우병 사망자 180여명 외에도
최소 25만-65만명의 비공식적인 인간 광우병 환자가 치매환자로 은폐되어
사망했다는 사실이다.' (2008년 5월 5일 시민사회신문)

김 전 장관 스스로 이를 수정한 것은 사실이다. 다음과 같이 수정되었다.

'치매로 죽은 환자의 사후 뇌부검 결과 5-13%가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으로
죽은 것으로 드러났다. 광의의 CJD에는 인간 광우병도 포함된다.
이 검사 결과대로라면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확인된 인간광우병 사망자 207명 외에
현재 500만명의 미국 내 치매병 환자 중에도 최소 25만에서 65만명이
비공식적인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환자(변종CJD(인간광우병) 환자 포함)로 추정된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수정된 시점이 언제인지 밝히지 않았다.

독자로하여금 '김 전 장관이 오류를 감추기 위해 최근에 바꾼 것'처럼
오해하게 할 소지가 크다.

수정 시점을 확인해 보았다.

수정된 내용이 2008년 8월에 보도된 것으로 미뤄볼 때
수정 시점은 최소한 2008년 8월 이전이다.

당시 김성훈 전 장관은 기고문을 수정한 뒤에도 주장을 바꾸지 않았다.
(관련 기사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971346)

이러한 상황을 몰랐다면 언론사로서 능력이 부족한 것이요,
알고도 김 전 장관이 오류를 시인한 것처럼 보도했다면 심각한 왜곡 아니겠는가?


다시 위의 원래 기고문과 수정된 기고문으로 되돌아가 그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자.

조선일보는 대단한 오류 시인의 증거로 제시하고 있으나,
표현이 상세해진 것이지 내용의 본질이 바뀐 것으로 보기 어렵다.

당시 CJD와 변종CJD, 산발성CJD 개념 구별을 놓고 논란이 벌어져
김 전 장관이 자신의 견해를 좀더 분명히 하고, 오해 소지를 줄이기 위해
표현을 바꾼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인간 광우병'이 '인간 광우병을 포함한 CJD'로 바뀐 것은
당시 생소한 전문 용어의 문제였던만큼 여론 파급력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없었고,
용어의 민감도는 추후 전문가들 사이의 논란을 거치며 부각된만큼
지금의 기준으로 이미 2008년에 수정된 문구를 시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기고문 원문에서 굳이 흠을 잡자면 '사망한 것이 사실'이라는 표현이다.

그러나 '조사 결과대로라면'이라는 가정이 명시되어 있으므로
왜곡이나 오류로 판단할 여지는 없으며, 위험성을 강조하려는 뜻으로 이해될 뿐이다.

오히려 조선일보는 김성훈 전 장관을 비판하면서
'2년 전에 그는 25만~65만명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이 '사실'이라고 썼었다'고 썼다.

'조사 결과대로라면'이라는 가정은 쏙 빼고 마치 사실로 단정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이라면 사실이다'라는 가정문을 '사실'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탈바꿈 시켰으니
독해 능력의 부족인가, 고의적인 왜곡인가?


왜곡이 의심스러운 대목은 또 있다.

김성훈 전 장관이 최근 미국 여행하며 먹었다는 '햄버거' 부분을 따져보자.

2년 전 김 전 장관은 다우너소와 30개월령 이상인 소의 검역체계를 문제 삼았다.

조선일보 기사에도 그리 되어 있다.

다우너 증상이 없고 30개월령 미만인 경우는 수입해도 된다는 주장이며,
당연히 그런 쇠고기로 만든 햄버거는 먹어도 된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김 전 장관이 미국의 검역체계를 몽땅 불신해서
미국 소 자체가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한 것으로 비약했다.

 
김 전 장관이 쓴 기고문의 핵심은 바로 다음 대목이다.

'30개월 미만의 위험물질(SRM) 부위와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수입 개방은
어떻게든 피할 수 있는 사항이었다. 바로 이것이 국민의 건강 생명권과
검역주권(sovereignty)이다.'

김 전 장관만의 주장이 아닌 모든 촛불의 요구였고 정권이 굴복했다.

그 덕분에 조선일보 기자들도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나
SRM에 노출되는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된 것이다.

조선일보는 '촛불 연재'로 존재감을 확인하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더불어 촛불을 되살리는 불쏘시개 역할도 톡톡히 할 듯 싶다.

촛불이 커지면 커질수록 조선일보의 커진 존재감은
조선일보에 오히려 부담이 되리라 본다.

당장 조선일보 절독 운동부터가 심상치 않다.

2010년 5월 12일

by 노PD | 2010/05/12 12:34 | 생각의 조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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